푸른 낙엽은 탈북민 작가 김유경이 쓴 단편 소설집이다. 무려 9개의 단편 소설로 이루어진 소설집인데, 북한 사회, 더 나아가서 탈북민의 사회에 관한 소설이다. 북한에 대해서는 당연히 바로 옆에 붙어있는 국가이기 때문에 많이 들어봤지만, 북한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잘 몰랐다. 그저 가난한 나라인 만큼 우리나라랑 달리 굶주리면서 살겠지 하면서 생각했다. 이 책은 북한 안에서의 삶, 탈북 도중의 중국에서의 삶, 그리고 탈북한 후 한국에서의 삶 등 다양한 각도에서 북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여준다. 작가는 탈북민들을 단풍으로 미처 물들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떨어진 푸른 낙엽에 비유하면서, 북한에서 태어났기에 어쩔 수 없이 도피처를 찾게 된 북한 사람들의 생활을 소설에 나타내고자 했다.

특이하게도 이 책에서 탈북 과정에 대한 묘사는 잘 나오지 않는다. 이 책의 소개에도 다른 탈북민들의 작품처럼 '북한 인권문학'이 아니라고 소개된다. 다른 탈북민들이 쓴 작품은 탈북 과정에서 벌어지는 인신매매와 납치 등의 일을 소개하면서 인권 유린의 현장을 보여주지만, 이 책은 오히려 탈북 과정에 대한 소개 없이 북한에서의 삶과 남한에서의 삶에 초점을 맞춘다. 분명 북한 사람들의 삶과 남한 사람들의 삶은 너무나 많이 달라졌고, 해가 지날수록 탈북민들이 사회에 적응하기 더 어렵게 만든다. 작가는 북한 인권문제의 실태를 고발하는 대신, 북한과 남한이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주며 북한과 남한과의 차이가 조금이라도 줄어들기를, 그럼으로써 탈북민이 남한에 더 잘 적응할 수 있고 통일이 더 빨라지기를 바라고 있다.

9개의 소설 중 크게 인상 깊었던 소설이 2개 있는데, <자유인>과 <붉은 낙인>이다. <자유인>에서는 북한을 위해 유럽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제재에 걸리지 않고 평양으로 빼돌리는 외교관 출신 탈북자가 나온다. 하지만 이 탈북자는 북한에서 누구보다 많은 것을 누리며 상류층으로 살았던 모습을 버려버리고, 조용히 바닷가 관리원 일을 하거나 산골에서 배추를 심으면서 산다. 어쩌면 자본주의 세상에 빠져 재산과 지위를 차지하려 노력하는 우리나라 사람들과 달리, 자유를 찾아 탈출한 탈북민이기 때문에 우리보다 더 진정으로 자유만을 추구하는 삶을 살 수 있었던 것 같다.

<붉은 낙인>에서는 먼저 탈북했던 진옥이 아직 북한에 남아있던 진미를 탈북시키기 위해 브로커를 찾는데, 알고 보니 진미는 탈북하려고 했던 게 아니라 북한한테 세뇌된 상태로 오히려 보위원의 말을 듣고 진옥을 납북시키려고 했다. 상당히 충격적인 결말에 도달하는 소설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는 진옥과 진미를 통해 남한에서 바라보는 북한의 시각과 북한에서 바라보는 남한의 시각의 차이를 나타내려고 한 것 같다. 거의 80년을 향해가는 분단의 역사는 같은 민족의 생각을 이렇게나 바꾸어놓은 것이다. 하지만 북한 사람들도 남한과 말이 통하는 같은 민족임이 틀림없다. 실제로 문화어는 한국어와 크게 차이가 없어 통역 없이 서로 소통이 가능한 정도라고 한다. 이 책에서도 문화어에서만 쓰는 표현들이 일부 나오지만, 읽는 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같은 말을 쓰는 같은 민족이 80년째 분단되어 있다는 사실은 전 세계를 찾아봐도 얼마 없는 크나큰 비극이다. 비록 소설에서는 진옥과 진미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다시 헤어지지만, 과연 가까운 미래에는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고 진옥과 진미가 함께 떠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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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의 위기>는 아주 짧은 책이다. 137페이지에 크기도 작아서 다른 책들의 1/3 정도 분량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짧은 책에 담겨 있는 고찰은 절대 짧지 않다. 왜 우리 현대 사회에는 목적과 방향 없이 그냥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지, 니트족 등 취업 준비도 하지 않고 살려는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는 백수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지 설명해준다. 작가는 이 해답을 우리 시대가 너무 스마트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제 스마트폰은 아무리 가난해도 있어야 할 필수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영화 <기생충>에서도 인터넷 요금제도 없을 만큼 가난해도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모습이 나온다.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서 수많은 정보를 얻거나 생산할 수 있으며, 이제 많은 사람이 책 같은 오프라인 매체보다 스마트폰을 통해서 정보를 얻는다.

문제는 정보를 생산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사회가 되면서 시작된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의 플랫폼에서는 더 많은 사람이 플랫폼을 쓰도록 만들기 위해서 광고비 일부를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그런데 오히려 유튜브 등의 플랫폼이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사용할 정도로 커지고, 광고비 수익이 엄청나게 커지게 된다. 유튜브, 인스타그램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누구나 알아주는 부자가 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되자 사람들은 경쟁적으로 콘텐츠 시장에 뛰어들게 된다. 싸이월드 같은 예전의 SNS는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목적으로 사용됐다면, 지금의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의 SNS는 어떤 방식으로든 조회수를 더 얻거나, 좋아요를 더 얻으려는 목적으로 변질되었다. 작가는 이를 보고 '스토리텔링'이 아니라 '스토리셀링'이라고 비판한다. 사람들은 이제 SNS를 자신을 이야기하려는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이야기를 상품으로 만들어 시장에 내놓으며, 어떻게든 다른 사람이 읽게 만들기 위해 더 자극적이고 단편적인 주제들로 꾸미게 된다.

이 과정에서 서사의 위기를 만든 획기적인 발명품 "숏츠"가 탄생하게 된다. 플랫폼 회사들은 하나의 긴 이야기보다 짧은 수많은 이야기를 판매하는 것이 플랫폼에 더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내게 된다. 이제 유튜브도, 인스타그램도 모두 숏츠 시장에 적극적으로 집중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사람에 대한 하나의 이야기 대신 끝도 없이 쏟아지는 30초짜리 숏츠들을 보게 된다. 작가는 이 과정을 정보화라고 표현한다. 사람에 대한 서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사람을 30초짜리 숏츠로 분해한 정보들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 정보들은 무질서하고, 관련 없다. 딱 30초 동안만 유효한 곧 소멸할 정보들일 뿐이다. 처음에는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정보의 바다에서 강력한 자극을 얻고 빠져들게 되지만, 곧이어 이러한 정보들은 서사가 없는 무의미한 것뿐임을 알게 된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공허해지고, 허무감에 빠지게 된다.

불행히도, 작가는 이런 서사의 위기를 해결할 방법을 설명해주지 않는다. 과거와 달리 우리 사회는 현재 서사의 위기에 빠져있고, 어떻게 빠지게 됐는지 '정보'와 '이야기'의 비유로 명쾌하게 설명해주지만, 아쉽게도 그 문제에 대한 해결방법은 이 책에 남겨져 있지 않다. 어쩌면 문제의 핵심을 단번에 파악한 작가조차도 해결방법에 대해서는 아직 고민 중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개개인이 정보의 바다에서 스스로 빠져나와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면 어떨까. 이미 오래전부터 숏츠를 보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던 나는 숏츠가 보이지 않도록 개조한 유튜브 앱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 스스로가 정보 대신 이야기를 찾기 시작한다면 이 사회는 다시 서사를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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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인터넷을 안 쓰는 곳이 더 드물다. 전국 어디서나 인터넷이 되며,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냉장고, 자동차, 로봇청소기 등 웬만한 전자제품들도 모두 인터넷을 사용한다. 옛날에 유비쿼터스 시대가 올 것이라면서 미래 모습을 상상하곤 했는데, 이미 그 시대가 와버린 것 같다. 인터넷이 자연스러워진 세상인 만큼 스마트폰 어플만으로도 은행업무, 물품 구매 등 원하는 업무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인터넷 덕분에 언제, 어디서든, 즉석에서 일처리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편의성이 증가한 만큼 보안은 위험해졌다. 인터넷으로 모든 것이 연결되어있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인터넷으로 적과 우리도 연결되어있다는 뜻이다. 다양한 어플을 사용하면서 무엇이든지 인터넷으로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사용하는 어플이 많아질수록 보안이 뚫리는 경우의 수도 늘어나게 되었다. 특히 일반적으로 비밀번호를 인증 방식으로 설정하는데, 10자리 정도의 단어만 알면 모든 권한이 허용되는 비밀번호는 굉장히 안 좋은 인증 방식이다. 수많은 어플의 비밀번호를 전부 똑같이 설정할수록 더더욱 그렇다. 이처럼 인터넷이 더 발달하고 더 중요해졌지만, 오히려 인터넷을 보호하는 보안은 더 취약해졌다. 그리고 점점 더 중요한 정보를 담게 된 인터넷이 정보의 노다지라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은 사이버전에 집중하고 있다.

사이버전은 과거에는 단순히 바이러스를 퍼트리거나 해킹을 하는 정도였다. 전쟁이 실제 물리적인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사이버전은 말 그대로 사이버 공간에서만 일어나는 일이었다. 하지만 어디에서나 인터넷을 쓰는 요즘 발생하는 사이버전의 모습은 많이 달라졌다. 북한은 인도의 원자력 발전소를 해킹해 원자력 발전소에 피해를 주는 등 사이버전을 통해 실제 물리적인 피해를 주기 시작했다. 더 놀라운 점은 사이버전에서만 가능한 공격도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파괴만 하던 전쟁과 달리 사이버전은 여론조작을 통해 사람들의 생각을 조종할 수 있게 됐다. 이미 러시아 같은 곳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인터넷을 이용해 가짜 뉴스를 퍼트리고, 사람들을 속이고 있다. 별 볼 일 없는 일처럼 보이지만, 이미 미국 대선에 영향을 줄 정도로 발전했다. 사이버전은 이제 전쟁의 일부가 아니라 또 다른 전쟁이며, 어쩌면 거의 죽어버린 기존 전쟁과 달리 지금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전쟁이다.

인터넷에 연결되어있는 이상 우리도 사이버전의 참전용사다. 사이버전에 어떻게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지금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먼저 비밀번호 같은 너무 쉬운 방법으로 인증이 되도록 두면 안 된다. 2차 인증으로 일시적인 비밀번호인 OTP를 사용하는 2FA를 활성화해야 한다. 아예 비밀번호를 없애버리고 지문, 뇌파 등의 생체인증을 사용하거나, 주변 소음을 통해 주변 환경을 인증해주는 방식도 있다. 그리고 인터넷에 있는 모든 것을 의심해야 하고 안전하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해킹당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해킹은 안전하다고 생각한 파일을 무턱대고 실행하거나 안전하다고 생각한 사이트를 무턱대고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특히 요즘은 딥러닝을 이용해 여론조작이나 가짜 뉴스를 퍼트리는 방식의 사이버전도 가능하다. 인터넷에 있는 정보들을 그대로 믿지 말고 진위를 스스로 생각할 줄 알아야만 적들에게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 적과 나는 이미 인터넷으로 연결되어있고,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안전하게 인터넷을 사용하려면 인터넷에 있는 대로 생각하지 말고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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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국어 과목으로 읽기와 듣기, 말하기, 쓰기를 배운 기억이 난다. 학교에서 언어로 할 수 있는 일을 총 4가지로 나누었던 것이다. 저번 독후감을 쓸 때 읽었던 <일머리 문해력>에서 읽기와 쓰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웠는데, 이번 독후감을 쓸 때 읽은 <한석준의 말하기 수업>에서는 말하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운다. 물론 의무교육을 들은 사람들은 누구나 한국어로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남들의 생각을 정확하게 이해하면서 읽고, 자신의 생각을 명료하게 쓰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학습이 필요하다. 말하기도 마찬가지다. 자기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상대가 이해하도록 정확하게 말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말을 전달해주는 직업인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선 한석준 아나운서가 직접 사용했던 말하기 기법들이 적혀 있다. 사실 다들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쓰기 때문에 당연히 올바르게 한국어를 발음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잘못된 맞춤법을 사용하는 것처럼, 많은 사람이 잘못된 발음으로 한국어를 발음하고 있다. 대학교 재학 중 "한글맞춤법의 이론과 실제" 강좌를 들으면서 알게 됐던 사실인데, 나도 '닭이 난다', '닭을 잡았다' 등의 문장을 잘못 발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올바르게 발음하려면 [달기], [달글]으로 발음하는 것이 맞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너무 오랫동안 잘못된 발음으로 발음한 탓에 아직도 올바른 발음이 입에 붙진 않는다. 이 책에서는 이런 식의 잘못된 발음 말고도 사투리 등의 어조나 어투를 고치는 방법을 알려준다. 한석준 아나운서의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영상자료 링크도 함께 책에 나와 있어서 쉽게 영상을 보면서 연습할 수 있었다. 가장 특이했던 훈련 중 하나는 모음 훈련으로, 대부분 사람이 모음을 올바르게 발음하지 못하기 때문에 문장에서 자음을 제외한 모음만 발음하도록 만든 훈련이다. 이 책을 보지 않았다면 내가 모음 발음이 잘 안 된다는 사실도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말하기 기법 말고도 어떤 내용을 말해야 좋은지도 나와 있다. 어쩌면 말하기 기법들보다도 훨씬 중요한 내용일지도 모른다. 힘들어하는 사람을 위로해주는 일,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는 일, 상대방의 부탁을 거절하는 일, 상대방에게 조언하는 일 등 일상에서 자주 일어나지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난감한 일들이 많다. 특히 일상 속에서 대화하다 보면 흔히 나오는 주제이기 때문에 몇 시간 동안 공들여서 생각하면서 글을 쓸 수 없고 즉석에서 말을 꺼내야 하며, 그러다 보면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 책에서는 어떻게 말하면 현명하게 일을 해결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개인적으로 말하기 기법들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졌던 챕터였다.

이 책의 마지막에서 내리는 결론은 좋은 말을 하면 좋은 사람이 온다는 것이다. 대화 중에는 잠시 말을 끊고 몇 시간 동안 생각한 뒤 대화를 이어나갈 수가 없다. 한순간의 실수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서로한테 상처를 줄 수가 있다. 이런 일이 생기지 않으려면 평소에 배려하는 태도를 가지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 즉석에서 좋은 말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사람 주변에는 좋은 사람들만 모일 수밖에 없다. 평소의 태도에 따라서 말 한마디로 좋은 사람을 얻거나 잃을 수도 있다. 언제든지 좋은 말이 나올 수 있도록 연습해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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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Plugin이란?

Hexo에는 Tag Plugin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Markdown으로 작성하지 못 하는 내용들을 작성할 때 사용한다. 쉽게 말하면 임의의 html 태그를 삽입할 수 있는 기능이다. Hexo에도 다양한 Tag Plugin들이 있지만, Next Theme에서도 버튼, 그래프 등 다양한 Tag Plugin들을 제공한다.

Tag Plugin 만들기

다행히도 Hexo에서 Tag Plugin 만드는 방법을 지원한다. sciprts/ 폴더에 아래 두 코드 중 하나가 있는 파일을 저장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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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xo.extend.tag.register('name', function(args){
return `<div class="hello">hi</di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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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에는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하며 책들을 살펴보던 도중 이 책을 발견하게 됐다. ChatGPT 등 재미있어 보이는 책들이 많았지만 지금 당장 필요한 책은 이 책인 것 같아서 바로 골랐다. 이번 달에는 여러 가지 일들이 겹치면서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았다. 아무래도 너무 많은 일을 준비하다 보니 몸과 마음이 지쳤던 것 같다. 상병 진급 시험도 있었고, 자격증 공부와 대학 학점취득 원격강좌도 준비하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구글에서 약관을 변경하면서 안드로이드 개발자 계정이 삭제될 위기에 처해 군대 안에서 앱 개발을 할 방법도 고민해야 했다. 하필 입대 날짜도 애매하게 잡은 덕분에 이번 학기가 아니면 할 수가 없는 일들이 너무 많았다. 한두 달 정도 일찍 오거나 늦게 왔었다면 여유가 있었을 텐데 군대 오기 전에 이런 일들에 대해선 고민해보지 않아서 아쉬웠다. 그 와중에다 새해라서 그런지 부대 내에 있는 온갖 것들이 바뀌다 보니 적응하다 지친 나는 결국 번아웃이 와버렸다.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아이러니하게도 시작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 기분을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개인정비 시간 때마다 별생각 없이 누워서 스마트폰만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도중에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이 책은 정확하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벗어나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었다. 정신병원에서 주기적으로 약을 처방받아야 할 정도로 힘든 사람들은 많지 않지만,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힘든 적이 한 번도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감기에 걸리면 바로 병원에 가는 대한민국에서도 정신병원에 대한 인식은 심각하게 안 좋아서, 기분이 우울하면 그냥 우울한 채로 살면서 지내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몸에 생긴 사소한 병들은 즉시 치료받으려고 들면서, 정작 정신에 대한 치료는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해결될 것이라 믿는다. 면역력만을 믿고 버티는 것인데, 이 책은 단순히 기다리는 대신 어떻게 하면 부정적인 생각 대신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책을 읽으면서 내 얘기인가 싶을 정도로 공감되는 얘기가 많았다. 계속 최악의 상황만 가정한다던가, 오히려 항상 최선의 상황만 생길 거라고 막연히 기대하던가, 우울한 상황에서 억지로 힘을 내려고 하면서 더 힘들어지는 등 내가 최근에 하던 생각들이 전부 기록되어 있었다. 나도 모르게 일본 정신과 의사랑 상담이라도 했던가? 읽으면서 내 얘기 같은 얘기가 계속해서 반복되는 걸 보니 전 세계 사람들도 나랑 같은 고민을 하면서 지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쩐지 나만 심각한 게 아니라 누구나 겪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안심이 됐다.

특이하게도 이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들은 백천만 감사나눔 운동과 겹치는 면이 많았다. 내가 전입을 했을 때 선임들이 힘들게 써봤자 휴가를 하루나 이틀밖에 안 줘서 그냥 안 쓰는 게 낫다고 말해줬고, 나도 딱히 쓸만한 공책도 시간도 없어서 백천만 감사나눔 운동은 고려조차 안 했었다. 그런데 군 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일병 때부터 공책을 구해 감사노트를 쓰기 시작했는데, 감사노트를 채우려고 억지로라도 감사할 일을 찾으려고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상 속에서 조금이라도 기분 좋았던 일들을 되짚어보게 되었다. 하루 동안 감사할 일을 많이 찾으면 기분도 좋아졌다. 군대에서는 더욱더 그렇지만, 사실 사회에서도 만날 기분이 좋아지려고 해외여행 같은 스펙타클한 일을 찾아다닐 수는 없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있었던 일들 때문에 지친다면, 일상을 무리하게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일상 속에서 행복한 일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아직 많이 쓰진 못 했지만, 오늘도 꾸준히 일상 속에서 감사할 일들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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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가 지날수록 문해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온다. '심심한 사과', '사흘' 등 지금까지 잘 사용되던 단어들을 이해하지 못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보통 이런 경우 어휘력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문해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문해력은 '글을 읽고 의미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능력'으로, 문해력이 높은 사람들은 읽기-생각하기-쓰기 순서로 생각하며 글을 이해하고 평가하며 사용한다. '심심하다'의 뜻이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문해력이 높은 사람들은 글의 의도를 생각하면서 읽기 때문에 '심심한 사과'를 보고도 사과가 지루하고 재미가 없냐면서 화를 내진 않는다.

OECD가 "어떤 능력이 정보기술 위주의 디지털 시대에서 경쟁력을 높여줄까?"라는 문제에 답하기 위해 성인 경쟁력에 대한 국제조사를 시행한 적이 있다. 이 조사에서는 특이하게도 관련 없어 보이는 문해력, 수리력, 컴퓨터를 사용한 기술적 문제해결 능력이 일하는 사람의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전제를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문해력, 수리력, 컴퓨터를 사용한 기술적 문제해결 능력의 상관성이 강하고, 문해력이 다른 두 능력을 좌우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컴퓨터공학부 학생으로서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생각해봤는데, 프로그래밍도 일종의 '글쓰기'라서 그런 것 같다. 같은 기능을 하는 프로그램은 다양한 방법으로 작성할 수 있지만, 프로그래머는 그중에서 다른 사람이 봤을 때 가장 읽기 쉬운 코드를 작성하려고 노력한다. 본인이 옛날에 작성한 코드를 다시 수정하거나, 다른 사람들과 같이 코드를 작성할 때 읽기 쉬운 코드일수록 이해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의 목적은 읽히는 것이다. 나 혼자만 볼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글이 필요한 때도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글은 다른 사람도 읽을 수 있도록 쓴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정작 내 글을 읽었을 때 이해를 못 한다면 좋은 글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글쓰기를 잘하는 사람은 읽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이 이해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본인의 주장을 간단하고 명료하게 주장한다. 그래서 더 효과적으로 자기의 주장을 전달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더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거물이 될 수 있다. 문과와 이과만큼 전혀 다른 분야인 것처럼 보이는 문해력, 수리력, 컴퓨터를 사용한 기술적 문제해결 능력이 큰 상관관계가 있는 이유다.

이 책은 여러 거물들의 말을 인용했다. 빌 게이츠, 워렌 버핏, 일론 머스크 등 전 세계 사람들이 알고 있는 유명인들이 모두 읽고, 생각하고, 쓰라고 권유한다. 책에서 문해력에 악영향을 끼치는 행동들을 소개해줬는데 아마 현역 군인이라면 모두 해당하는 내용일 것이다. 종이책 대신 전자책 읽기, 긴 글 대신 세줄요약 읽기, 유튜브 알고리즘에 몸을 맡기기 등 요즘 10~20대한테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심지어 세대가 지날수록 문해력이 떨어지는 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문해력은 동물이 아닌 인간이 되기 위해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능력이다. 단순히 보고서, 자소서, 독후감 등 글 쓸 일이 많아서 필요하다는 뜻이 아니다. 문해력은 사람이 이해하고, 생각하고, 비판적인 사고를 하기 위한 필수적인 능력이다. 남들의 생각만 따라 하는 동물 대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읽고, 생각하고, 쓰는 연습을 하며 문해력을 키워야 한다. 그러면 우리도 언젠가 전 세계에서 알아주는 거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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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봤을 때는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라는 제목과 하트로 가득 찬 표지 때문에 로맨스 소설인 줄 알았지만, 읽어보니 이 책은 사실 SF 소설 앤솔러지였다. 그런데 SF 소설 앤솔러지라고는 하지만 'SF 소설'은 '판타지 소설'처럼 너무 광범위하고 다양한 작품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장르의 방대함을 증명하듯 이 책을 이루는 5개의 소설에서도 명확한 공통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굳이 따지자면 이 책의 제목에서도 나타나듯, '사랑' 자체가 이 책을 관통하는 공통점일 것이다. 5명의 작가가 'SF 소설'만큼이나 정의하기 어려운 '사랑'을 나름의 방식대로 SF 소설로 표현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5개의 소설 중 인상 깊었던 2개의 소설이 있는데, 먼저 김초엽 작가의 <수브다니의 여름휴가>가 있다. 인공장기를 배양하는 회사에서 일하던 주인공이 인공피부를 배양하는 곳에서 일한다는 내용인데, 역사가 깊은 SF 장르에서도 언급되지 않은 주제인 인공피부를 찾아내서 소설로 쓴 것을 보고 작가가 매우 똑똑하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인공장기는 단순히 심장을 다치면 교체하고, 눈을 다치면 교체하는 등 단순히 수술을 대체해줄 의료적인 목적만 달성한다면, 인공피부는 곰, 고양이, 용, 늑대 등 인간과 완전히 다른 종이 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다. 물론 피부만이 인간의 본질을 나타내는 요소는 아니겠지만, 이를 통해 '피부가 달라지면 우리도 인간이 아니게 되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도록 만든다. 이 외에도 인간과 안드로이드의 사랑과, 금속 피부를 이식받은 후 스스로 녹슬어가는 작품의 일부가 되는 결말까지, 짧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생각해볼 점이 많았다. 읽으면서도 쏟아져 내리는 새로운 설정들 때문에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열심히 기대하면서 읽었다.

다음으로는 천선란 작가의 <뼈의 기록>이 있다. 소설 배경은 미래시대로, 안드로이드가 보급되면서 장의사 대신 장례를 치르는 장의사 안드로이드가 생겼다는 설정이다. 장의사 안드로이드인 로비스는 고독사한 노인, 자살한 여자, 사고사한 아이 등 여러 시체들의 장례를 치르며, 마지막에는 자신과 같이 말동무를 해주던 청소부 모미의 장례를 치러준다. 같은 작가의 <랑과 나의 사막>에서도 느낀 거지만 천선란 작가는 안드로이드 같은 기계적인 생각으로 인간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을 잘하는 것 같다. 과학적인 사실인 적혈구의 기능을 얘기하면서 유가족들을 위로해주거나, 아름다움의 정의를 듣고 나서 뼈가 아름답다고 정의를 내리는 등의 모습을 보고 느꼈다. 또한, 이 소설은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로 이루어진 소설의 구성단계를 완벽하게 지킨 소설이기도 하다. 45페이지의 짧은 소설에 복선들도 넣어가며 우주선에서 장례를 치르는 클라이맥스로 달려가는 모습은 읽은 사람들에게 말 그대로 '절정'을 느끼게 해준다. 너무 짧아서 아쉬웠던 다른 소설들과 달리 짧은 글임에도 탄탄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어 수백 페이지의 소설을 다 읽은 느낌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사랑'은 남녀 사이의 사랑도 있긴 하지만, 그것보다 보편적인 인간성에 관한 이야기다. 혼자서만 지내는 학우한테 먼저 다가가 친구가 돼주는 일, 가정폭력을 당하고 있는 아이한테 다가가서 안아주는 일, 애인과 만들었던 마지막 작품을 스스로 완성하는 일, 평생 볼일 없을 유가족들을 위로해주고, 함께 일하다 죽은 동료를 위해 그 마음을 헤아리고 평생 내본 적 없던 용기를 내본 일. 이 모든 것들은 인간만이 가능한 비논리적인 행동이고, 그러므로 '사랑'으로 밖에 표현할 말이 없다. 5명의 작가는 서로 다른 세상의 모습을 그렸지만, 그 속에서도 여전히 '사랑'이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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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하루 동안 원하는 외모를 빌릴 수 있는 외모 대여점에 방문하는 10명의 손님들에 관한 이야기다. 외모 대여점의 점장인 아즈마 안지는 사실 여우술사라 4명의 변신여우들을 다룰 수 있으며, 변신여우들은 원하는 외모로 변신할 수 있어, 변신여우들이 손님들이 원하는 외모로 변신한 뒤, 변신여우와 손님이 서로 외모를 맞바꾸는 방식으로 외모를 '대여'할 수 있다. 이런 소설도 나오는 것을 보면 더 잘생겨지고 싶거나 더 예뻐지고 싶은 마음은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똑같은 사람의 본성인 것 같다.

하지만 외모 대여점에서 자신이 가장 가지고 싶었던 외모를 빌려본 10명의 손님들은 '외모가 중요하지 않다'는 결론을 얻고 돌아간다. 공공장소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여자애들한테 조용히 하라고 말하려고 하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한테 고백하려고 하거나, 혼자 있는 직장 동료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려고 하는 등 10명의 손님들은 다양한 이유로 외모를 빌려봤지만, 정작 알아낸 것은 사람들이 '원하는 외모'를 빌린 자기 자신보다, 외모가 뒤바뀌어서 '원래 자신의 외모'를 가지고 있는 변신여우의 말을 더 잘 듣는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외모를 빌리려고 한 손님들은 자신의 외모로는 다른 사람들한테 얘기할 수 없을 것 같아, 다른 사람들이 더 잘 들어줄 것 같은 외모를 빌려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 있는 외모가 아니라 자신감이 있는 내면의 모습 그 자체임을 알게 된다.

다만 교육적인 내용과는 별개로 소설 자체는 아쉬운 편이다. 외모 대여점은 옴니버스 형식을 사용한 소설로, 손님마다 1개의 챕터를 맡아 총 10개의 챕터로 나누어져 있는데, 책 자체가 300쪽도 안 되는 짧은 분량이기 때문에 각 손님의 이야기가 몇십 쪽 만에 끝나버려 깊은 이야기를 다루지 못 한 것 같다. 책 내용도 매번 등장인물 소개 후 외모를 바꿔본 뒤에 생각처럼 안 된다는 결론이 계속 반복되니 같은 내용만 보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 가장 아쉬운 점은 주인공의 얘기가 소설에 잘 안 나타난다는 점이다. 여우술사와 변신여우라는 특이한 설정을 채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소설 내에서의 활용도는 원하는 외모를 바꿔주는 도구로만 쓰이는 것이 대부분이다. 주인공들의 설정은 정말 매력적임에도 불구하고 그에 걸맞은 뒷이야기가 풀리지 않은 것 같아 매우 아쉽다. 아무래도 소설이 옴니버스 형식이다 보니 주인공의 이야기를 우선적으로 풀기보단, 각 챕터마다 등장하는 손님들의 이야기를 먼저 얘기하다 보니 정작 주인공에 대해 할 이야기가 줄어들어 소설에 묻힌 감이 있다. 막상 각 손님의 이야기도 손님마다 감정이입 하기에는 너무 짧아서 주인공한테도, 손님들한테도 감정을 이입할 수가 없었다. 챕터 수를 좀 더 줄이고 각 챕터를 조금 늘리면 더 나은 소설이 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소설 설정 자체가 매력적이다보니 재밌게 읽은 것 같다. 깊이 있는 소설을 원하는 사람한테는 별로지만 간단하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는 나쁘지 않다. 몇몇 챕터는 여장남자에 관한 얘기가 나오는 등 생각해볼 만한 주제가 있는 챕터도 있었고, 전체적으로 책이 주는 교훈이 나쁘지 않다.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바꿀 수 없는 외모에 대해 집착하는 것보단, 내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마음가짐을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 결국, 사람의 본질은 외모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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