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전의 실체, 전술 그리고 전략> 적과 나는 이미 연결되어있다

요즘에는 인터넷을 안 쓰는 곳이 더 드물다. 전국 어디서나 인터넷이 되며,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냉장고, 자동차, 로봇청소기 등 웬만한 전자제품들도 모두 인터넷을 사용한다. 옛날에 유비쿼터스 시대가 올 것이라면서 미래 모습을 상상하곤 했는데, 이미 그 시대가 와버린 것 같다. 인터넷이 자연스러워진 세상인 만큼 스마트폰 어플만으로도 은행업무, 물품 구매 등 원하는 업무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인터넷 덕분에 언제, 어디서든, 즉석에서 일처리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편의성이 증가한 만큼 보안은 위험해졌다. 인터넷으로 모든 것이 연결되어있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인터넷으로 적과 우리도 연결되어있다는 뜻이다. 다양한 어플을 사용하면서 무엇이든지 인터넷으로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사용하는 어플이 많아질수록 보안이 뚫리는 경우의 수도 늘어나게 되었다. 특히 일반적으로 비밀번호를 인증 방식으로 설정하는데, 10자리 정도의 단어만 알면 모든 권한이 허용되는 비밀번호는 굉장히 안 좋은 인증 방식이다. 수많은 어플의 비밀번호를 전부 똑같이 설정할수록 더더욱 그렇다. 이처럼 인터넷이 더 발달하고 더 중요해졌지만, 오히려 인터넷을 보호하는 보안은 더 취약해졌다. 그리고 점점 더 중요한 정보를 담게 된 인터넷이 정보의 노다지라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은 사이버전에 집중하고 있다.

사이버전은 과거에는 단순히 바이러스를 퍼트리거나 해킹을 하는 정도였다. 전쟁이 실제 물리적인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사이버전은 말 그대로 사이버 공간에서만 일어나는 일이었다. 하지만 어디에서나 인터넷을 쓰는 요즘 발생하는 사이버전의 모습은 많이 달라졌다. 북한은 인도의 원자력 발전소를 해킹해 원자력 발전소에 피해를 주는 등 사이버전을 통해 실제 물리적인 피해를 주기 시작했다. 더 놀라운 점은 사이버전에서만 가능한 공격도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파괴만 하던 전쟁과 달리 사이버전은 여론조작을 통해 사람들의 생각을 조종할 수 있게 됐다. 이미 러시아 같은 곳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인터넷을 이용해 가짜 뉴스를 퍼트리고, 사람들을 속이고 있다. 별 볼 일 없는 일처럼 보이지만, 이미 미국 대선에 영향을 줄 정도로 발전했다. 사이버전은 이제 전쟁의 일부가 아니라 또 다른 전쟁이며, 어쩌면 거의 죽어버린 기존 전쟁과 달리 지금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전쟁이다.

인터넷에 연결되어있는 이상 우리도 사이버전의 참전용사다. 사이버전에 어떻게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지금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먼저 비밀번호 같은 너무 쉬운 방법으로 인증이 되도록 두면 안 된다. 2차 인증으로 일시적인 비밀번호인 OTP를 사용하는 2FA를 활성화해야 한다. 아예 비밀번호를 없애버리고 지문, 뇌파 등의 생체인증을 사용하거나, 주변 소음을 통해 주변 환경을 인증해주는 방식도 있다. 그리고 인터넷에 있는 모든 것을 의심해야 하고 안전하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해킹당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해킹은 안전하다고 생각한 파일을 무턱대고 실행하거나 안전하다고 생각한 사이트를 무턱대고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특히 요즘은 딥러닝을 이용해 여론조작이나 가짜 뉴스를 퍼트리는 방식의 사이버전도 가능하다. 인터넷에 있는 정보들을 그대로 믿지 말고 진위를 스스로 생각할 줄 알아야만 적들에게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 적과 나는 이미 인터넷으로 연결되어있고,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안전하게 인터넷을 사용하려면 인터넷에 있는 대로 생각하지 말고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