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강 그리스로마신화의 특징과 의미

강의를 시작하며

소크라테스의 변명

김헌 교수님은 사실 학부 때 불어교육과였음
하지만 학부때 독후감 과제였던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보고 서양철학에 빠져들게 되고, 서양고전학과로 전공을 바꾸게 됨

소크라테스는 알다시피 서양철학에 매우 큰 영향을 준 인물이고,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제자로서 소크라테스의 이야기를 책으로 남겼는데, 특이하게도 소크라테스가 주인공인 연극 형식으로 책을 썼음

소크라테스의 주제: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삶인가? "어떻게 하면 인간이 덕(Arete)을 실현해 인간답게 살 수 있을까?"
소크라테스 방식: 일단 질문함 -> 상대방이 대답함 -> 소크라테스 반박 -> 데꿀멍 -> 너도 알못인데 같이 합심해서 진리를 탐구해보자
이상: 아 나도 무지했구나 같이 진리를 탐구해보자
현실: 점마 거지같네 -> 교모한 말재주로 청년들을 타락시키고 전통적인 신(제우스, 아테네)들을 부인하는 종교적인 이단이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결국 고발되어 재판에 서게 됨
당시 아테네는 검사/변호사라는 직업이 없었고 분쟁 당사자가 직접 검사/변호사가 됐어야 함;
그래서 소크라테스가 직접 자신은 선량한 아테네 시민이고 그냥 알고싶은게 많은 진리를 추구하는 철학자일 뿐이라고 변호하는 내용을 이걸 책으로 쓴게 소크라테스의 변명

TMI) 소크라테스는 본인이 직접 글을 쓴 적이 없고 대화만 했음;;
하지만 소크라테스한테 영향을 받아 같이 대화하면서 진리를 탐구하는 사람들이 많았음 (이들을 소크라테스의 제자로 부름)
그러나 소크라테스가 직접 글을 쓴 적은 없기 때문에 이게 정말 옮겨적은건지 아니면 플라톤이 제멋대로 각색한건지는 논란거리임

하여튼 플라톤 피셜 소크라테스 왈: "숙고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습니다"

숙고하는 삶이란, 어떤 주어진 명제를 금과옥조로 여기고 계속 되뇌며 신념을 확고히 하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삶.
ㄴ 이게 잘한 일일까? 못한 일일까?
ㄴ 내가 어떤 행동을 했지?
ㄴ 내가 옳은 행동을 했나?
ㄴ 옳은 행동이 뭐지?

Sophos와 Philosophos

Philo: 사랑하는
sophos: 지혜로운 사람(sopia: 지혜/지식)

숙고하는 삶을 사는 사람은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 나가는 사람, 즉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philosophos)'이다.

근데 왜 지혜로운 사람이 아님?

플라톤의 <파이드로스>에서 소크라테스 & 파이드로스의 대화에서 나온 얘기:
만약 연설가/시인/정치가가 진실을 알고서 자신들의 작품을 구성했다면, 그리고 그들이 쓴 것에 대해 가해지는 논박을 잘 막아내고 자신을 지킬 수 있을 때 philosophos

근데 왜 지혜로운 사람(sophos)이라고 안 함? 이건 신에게만 적합한 말이라고 생각했음;;; 사람은 philosophos 정도가 맞다

Philokalos

kalos: 아름다움

근데 그리스에서 아름다움은 외모만 말하는게 아니라 내 말, 태도, 사고방식, 사상 등도 다른 사람들에게 아름답게 느껴지도록 가꿔나가야 한다는 것을 말함

플라톤의 <향연>: "인간의 삶이 살 가치가 있는 것은 아름다움 바로 그 자체를 바라보면서 살 때입니다."

플라톤의 <파이드로스>: "참된 것들을 가장 많이 본 영혼은 장차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Philosophos)' 또는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사람(Philokalos)' 또는 '음악적 재능이 있는 사람(Musikos)' 또는 '사랑에 충만한 사람(Erotikos)'의 종족에 깃들 것입니다.

근데 왜 여기에 음악이 낌? 그 당시에는 지혜, 지식, 정보를 음악적인 운율에 담아서 기억하기 좋게 만들었기 때문에 철학자가 음악도 했음;;
사랑은 왜 낌? 여기서 사랑은 에로가 아니라 무언가를 갈망하고 열정을 가진 사람임

페리클레스가 스파르타와 전쟁 전 아테네인들에게 자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한 연설에도 있음

투퀴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우리는 아름다움을 사랑하되(philokaloumen) 소박함이 있고, 지혜로움을 사랑하되(philosophoumen) 유약함은 없습니다. 우리는 부를 일의 적절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말로 자랑할 대상으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가난을 수치라 여기지 않고 오히려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일하지 않음을 수치로 여깁니다."

Philomuthos

아니 그럼 철학과나 갈것이지 뭔 놈의 그리스 로마신화여??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 "'신화를 사랑하는 사람(Philomuthos)'은 어떤 뜻에서는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Philosophos)'인데, 그 까닭은 신화가 놀라운 사건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 당시 그리스 로마신화는 만화책 수준의 지위가 아니었음;; 무려 신화를 철학 수준으로 취급함

사람들은 대상에 대한 무지 때문에 놀라고, 놀라움에서 궁금증이 생기며, 궁금증을 풀기 위해 탐구한다. -> 이런 사람이 바로 Philosophos

신화는 세상의 수많은 현상들과 인간들의 운명에 관한 놀라움과 궁금증에서 시작하여 지어진(Poiein) 이야기(Muthos)다. -> 즉 신화는 논리를 만들어낸 철학과 달리 이야기를 만들어냈을 뿐 궁금증을 풀기 위해 탐구한 것은 똑같음

신화는 철학 이전의 철학

월터 옹 (대충 유명한 사람임): 문자가 발명되어 상용화되고 역사와 철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사람들은 세상을 이해하고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지식과 정보, 지혜를 신화 속에 담아 기억에서 기억으로, 입에서 입으로 전하면서 다듬고 보전하고 전승하였다. 신화는 지식과 정보와 지혜의 보물 창고이며, 철학 이전의 철학, 역사 이전의 역사였고, 철학과 역사 이후에도 또 다른 결을 가진 철학으로 존속했다.

즉 월터 옹 생각대로면 인간의 지적 활동과 생산, 보전과 전승의 단계는 구술문화, 문자문화, 디지털 문화로 나뉘고, 문자가 없던 시절에 신화를 통해 지식, 정보를 전달했고, 문자가 생기면서 신화에서 멀어지고 역사, 과학, 철학이 생겨났다고 함.

'신화를 위한 우화'

막간 책 홍보(아님): 김헌의 <그리스 로마 신화>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배로 비유 -> 배 탔는데 사람들이 말하는 배 행선지가 다 다름; 근데 막 사람들이 사라지기도 하는데 이것도 얘기가 다 다름; 바다로 빠지는거임? 다시 돌아온다고 함? 다른 개쩌는 배로 간다고 함? 하지만 전부 소문이고 증명할 수 없었음 -> 그럴바엔 진리에 얽매이지 말고 이 배 자체를 즐겨라

내가 이 배 안에 있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라고 생각했지만.... 아바타였다면? 매트릭스라면? 여기가 배가 아니라면? 진짜 나는 어디있는거지? -> 결국 사람들은 소문들에 미쳐버리고 각자 원하는 소문을 기둥으로 삼아서 사는 것 같음 (여담: 잘만 살면 좋겠는데 꼭 내 기둥이 옳다고 남의 기둥 무너뜨려리는 사람이 있음) 하지만 모든 소원을 물리칠 수 있는 진리를 바라는 것은 다 똑같음....

믿을만한 이야기를 찾기 위해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지어 나가며 살고 있음 (or 쓰여져 있는 연극대로 따라하는 중?) 우리 이전에 살던 사람들도 낯선 세계와 무서운 현상과 허무하기 그지없는 삶을 이해하고 값진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이야기를 짓다가 어다론가 사려졌다 -> 이렇게 만들어진게 그리스로마신화 -> 우리도 그리스로마신화를 읽으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채워나가지 않을까

"즉, 인문학적인 행위를 한다는 것, 그게 무엇인지 여러분들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면 좋겠습니다." - 김헌

문 풍 당 당

이과는 웁니다 ㅠㅠ

그리스로마신화의 특징

대체 왜 그리스 로마 신화만 이렇게 유명할까?

그 전에 신화는 누가 만들었을까? -> 알 수 없음

그래서 보통 신화는 집단무의식의 창작, 즉 한 민족, 한 국가의 모든 사람들이 다듬고 전승한 것이라고 얘기함. (난 안 했는데요? 하지만 너가 입에서 입으로 전승해주면서 신화는 만들어졌음)

그리스 로마 신화도 마찬가지지만... 다름!

장 피에르 베르낭: 그리스의 경우, 신화는 대게 문자화된 텍스트 형태로 오랜 세월 동안 우리에게 전달되었으며, 그 중 가장 오래된 것들은 서사시, 서정시, 비극, 역사 또는 철학 등과 같은 문자화된 작품들에 속한다."

아폴로도로스의 <신화집>: 그 이야기들은 대부분의 경우에는 단편적이고 종종 암시적인 방식으로 분산된 모양새를 띤다. 나중에, 서기 년도가 시작될 무렵에 석학들이 다소 간은 서로 일치하지 않고 분산된 수많은 전통들을 수집하였다. 그것들을 하나의 동일한 전집 안에 통합하여 그야말로 '도서관'의 서가 위에 차례차례로 정돈하여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 때문에 아폴로도로스가 자신이 작성한 (그 이야기들의) 목록에다 붙인 바 있는 그 제목('도서관')을 다시 취했던 것이며, 그 분야의 위대한 고전들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이렇게 그리스 신화라고 부르는 것이 관례가 된 것이 구축되었다.

즉, 아폴로도로스도 그리스 로마신화 정리할 때 주워들은게 아니라 문자화된 텍스트를 읽고 정리한거였음!!

보통 신화는 집단의 기억력과 전승에 의해서 보존되어왔음. 하지만 그리스 로마신화는 천재적인 작가들의 문학작품 속에서 새롭게 구성되고 진화하였으며, 위대한 문학적 성취로 보존되고 전승되었음.

즉, 다른 신화들과 달리 작가가 알려져 있으며, 이야기 형태인 다른 신화와 달리 텍스트로 남기다 보니까 표현이 복잡해지고 멋을 부리고 아름다워지면서 문학작품 형태를 가짐.

신화적 상상력

인문학의 세 분야

분야정의질문가치
철학개별적인 개체들의 보편적 개념화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도덕적, 윤리적 당위성
문학인간의 가능세계를 상상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능성에 대한 상상력
역사인간이 했던 사실의 기술인간은 무엇을 했는가?사실에 대한 실증성

아폴로도로스의 <아르고호의 모험>

아폴로도로스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장으로 활동함; 당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모든 지식과 지혜를 모으려고 하고 있었음

그 중 하나가 황금 양털을 찾아 떠나는 이아손의 이야기임

왕이였던 아이손이 삼촌한테 배신당하고 쫓겨남. 덩달아 왕자인 이아손도 쫓겨남; 근데 이아손이 삼촌 다시 찾아와서 왕 다시 달라고 함;;;;;
삼촌이 대충 쫓아내려고 황금 양털 가져오라고 함; 근데 황금 양털은 콜키스를 수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서 당연히 콜키스에서 안 주려고 했음;;; 그래서 그냥 양털 얻기 빡세니까 삼촌 쿠데타 하려다가 이러면 너무 삼촌같다고(?) 아르고 호 만들어서 황금 양털 가져오려고 감

그리스 신화에서의 영웅: 신과 인간의 자식
황금 왕털이 있는 콜키스의 왕 아이에테스도 영웅이였음 (영웅같은 짓은 안 했고 그냥 신과 인간의 자식이라 영웅)
물론 아이에테스는 황금 왕털 안 준다고 했지만 아이에테스의 딸인 메데이아 공주가 사랑에 빠져서 황금 양털 준다고 빼돌림;

근데 왜 갑자기 사랑에 빠진거임??? -> 이 과정을 묘사할 때 신화적 상상력이 들어감

그녀는 계속해서 빛나는 눈길을 아이손의 아들에게로 마주 던졌고, 그녀의 현명한 마음은 가슴 속에서 고통으로 흔들렸으며, 어떤 기억도 남지 않고, 달콤한 괴로움에 정신이 녹아 내렸다. 그리고 그녀의 "부드러운 뺨은 창백하게, 어떤 때는 붉게, 마음 속 고뇌를 좇아 변하였다."

역사와 달리 작가의 상상력을 첨가하여 심리적 변화를 묘사함 아니 걍 완전 창작이네

여기까진 사실 그냥 일반적인 문학작품; 그리스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도 이정도 문학작품은 많았음

그 사이 에로스는 회색 구름에 가리어 보이지 않게 다가왔다... 곧 그는 현관의 문설주에 기대어 활에 시위를 얹고, 화살 통에서 아직 쓴 적이 없는, 많은 고통을 불러일으키는 화살을 꺼냈다. 그러고는 빠른 발로 몰래 문지방을 넘었다. 날카롭게 주위를 살피며, 그래서 아이손의 아들에게 가까이 접근하여, 화살 오뉘를 시위 중간에 먹였고, 곧바로 두 손으로 버티고 당겨 메데이아에게 쏘아 보냈다. 그러자 매혹이 그녀의 가슴을 사로잡아 말문을 막았다. 그는 지붕 높은 방으로부터 날개 쳐 돌아, 즐거워하며 날아 나갔다. 하지만 화살은 소녀의 심장 밑에서 불꽃같이 깊숙히 타 들어갔다. 그녀는 계속해서 빛나는 눈길을 아이손의 아들에게로 마주 던졌고, 그녀의 현명한 마음은 가슴 속에서 고통으로 흔들렸으며, 어떤 기억도 남지 않고, 달콤한 괴로움에 정신이 녹아 내렸다... 그와 같이 파괴적인 에로스는 남몰래 가슴 밑으로 기어들어 타올랐다. "부드러운 뺨은 창백하게, 어떤 때는 붉게, 마음 속 고뇌를 좇아 변하였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특징: 신화를 동원하여 사태를 설명함 이제 역사는 온데간데없음

이런 방식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만 있었음!

신화란 무엇인가?

조지프 캠벨의 <네가 바로 그것이다>: 전체적으로 신화란 상징적인 이미지들과 이야기들을 조합해 놓은 것이며, 인간 경험의 가능성들에 대한 은유이고, 특정한 시대에 이루어진 특정한 문화적 성취입니다.

에로스 같은 신들은 상징적인 이미지에 이야기를 결합시킨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