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대여점> 무엇이든 빌려드립니다

이 책은 하루 동안 원하는 외모를 빌릴 수 있는 외모 대여점에 방문하는 10명의 손님들에 관한 이야기다. 외모 대여점의 점장인 아즈마 안지는 사실 여우술사라 4명의 변신여우들을 다룰 수 있으며, 변신여우들은 원하는 외모로 변신할 수 있어, 변신여우들이 손님들이 원하는 외모로 변신한 뒤, 변신여우와 손님이 서로 외모를 맞바꾸는 방식으로 외모를 '대여'할 수 있다. 이런 소설도 나오는 것을 보면 더 잘생겨지고 싶거나 더 예뻐지고 싶은 마음은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똑같은 사람의 본성인 것 같다.

하지만 외모 대여점에서 자신이 가장 가지고 싶었던 외모를 빌려본 10명의 손님들은 '외모가 중요하지 않다'는 결론을 얻고 돌아간다. 공공장소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여자애들한테 조용히 하라고 말하려고 하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한테 고백하려고 하거나, 혼자 있는 직장 동료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려고 하는 등 10명의 손님들은 다양한 이유로 외모를 빌려봤지만, 정작 알아낸 것은 사람들이 '원하는 외모'를 빌린 자기 자신보다, 외모가 뒤바뀌어서 '원래 자신의 외모'를 가지고 있는 변신여우의 말을 더 잘 듣는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외모를 빌리려고 한 손님들은 자신의 외모로는 다른 사람들한테 얘기할 수 없을 것 같아, 다른 사람들이 더 잘 들어줄 것 같은 외모를 빌려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 있는 외모가 아니라 자신감이 있는 내면의 모습 그 자체임을 알게 된다.

다만 교육적인 내용과는 별개로 소설 자체는 아쉬운 편이다. 외모 대여점은 옴니버스 형식을 사용한 소설로, 손님마다 1개의 챕터를 맡아 총 10개의 챕터로 나누어져 있는데, 책 자체가 300쪽도 안 되는 짧은 분량이기 때문에 각 손님의 이야기가 몇십 쪽 만에 끝나버려 깊은 이야기를 다루지 못 한 것 같다. 책 내용도 매번 등장인물 소개 후 외모를 바꿔본 뒤에 생각처럼 안 된다는 결론이 계속 반복되니 같은 내용만 보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 가장 아쉬운 점은 주인공의 얘기가 소설에 잘 안 나타난다는 점이다. 여우술사와 변신여우라는 특이한 설정을 채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소설 내에서의 활용도는 원하는 외모를 바꿔주는 도구로만 쓰이는 것이 대부분이다. 주인공들의 설정은 정말 매력적임에도 불구하고 그에 걸맞은 뒷이야기가 풀리지 않은 것 같아 매우 아쉽다. 아무래도 소설이 옴니버스 형식이다 보니 주인공의 이야기를 우선적으로 풀기보단, 각 챕터마다 등장하는 손님들의 이야기를 먼저 얘기하다 보니 정작 주인공에 대해 할 이야기가 줄어들어 소설에 묻힌 감이 있다. 막상 각 손님의 이야기도 손님마다 감정이입 하기에는 너무 짧아서 주인공한테도, 손님들한테도 감정을 이입할 수가 없었다. 챕터 수를 좀 더 줄이고 각 챕터를 조금 늘리면 더 나은 소설이 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소설 설정 자체가 매력적이다보니 재밌게 읽은 것 같다. 깊이 있는 소설을 원하는 사람한테는 별로지만 간단하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는 나쁘지 않다. 몇몇 챕터는 여장남자에 관한 얘기가 나오는 등 생각해볼 만한 주제가 있는 챕터도 있었고, 전체적으로 책이 주는 교훈이 나쁘지 않다.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바꿀 수 없는 외모에 대해 집착하는 것보단, 내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마음가짐을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 결국, 사람의 본질은 외모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