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머리 문해력> 사람이라면 읽어야 할 책

세대가 지날수록 문해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온다. '심심한 사과', '사흘' 등 지금까지 잘 사용되던 단어들을 이해하지 못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보통 이런 경우 어휘력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문해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문해력은 '글을 읽고 의미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능력'으로, 문해력이 높은 사람들은 읽기-생각하기-쓰기 순서로 생각하며 글을 이해하고 평가하며 사용한다. '심심하다'의 뜻이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문해력이 높은 사람들은 글의 의도를 생각하면서 읽기 때문에 '심심한 사과'를 보고도 사과가 지루하고 재미가 없냐면서 화를 내진 않는다.

OECD가 "어떤 능력이 정보기술 위주의 디지털 시대에서 경쟁력을 높여줄까?"라는 문제에 답하기 위해 성인 경쟁력에 대한 국제조사를 시행한 적이 있다. 이 조사에서는 특이하게도 관련 없어 보이는 문해력, 수리력, 컴퓨터를 사용한 기술적 문제해결 능력이 일하는 사람의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전제를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문해력, 수리력, 컴퓨터를 사용한 기술적 문제해결 능력의 상관성이 강하고, 문해력이 다른 두 능력을 좌우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컴퓨터공학부 학생으로서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생각해봤는데, 프로그래밍도 일종의 '글쓰기'라서 그런 것 같다. 같은 기능을 하는 프로그램은 다양한 방법으로 작성할 수 있지만, 프로그래머는 그중에서 다른 사람이 봤을 때 가장 읽기 쉬운 코드를 작성하려고 노력한다. 본인이 옛날에 작성한 코드를 다시 수정하거나, 다른 사람들과 같이 코드를 작성할 때 읽기 쉬운 코드일수록 이해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의 목적은 읽히는 것이다. 나 혼자만 볼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글이 필요한 때도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글은 다른 사람도 읽을 수 있도록 쓴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정작 내 글을 읽었을 때 이해를 못 한다면 좋은 글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글쓰기를 잘하는 사람은 읽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이 이해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본인의 주장을 간단하고 명료하게 주장한다. 그래서 더 효과적으로 자기의 주장을 전달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더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거물이 될 수 있다. 문과와 이과만큼 전혀 다른 분야인 것처럼 보이는 문해력, 수리력, 컴퓨터를 사용한 기술적 문제해결 능력이 큰 상관관계가 있는 이유다.

이 책은 여러 거물들의 말을 인용했다. 빌 게이츠, 워렌 버핏, 일론 머스크 등 전 세계 사람들이 알고 있는 유명인들이 모두 읽고, 생각하고, 쓰라고 권유한다. 책에서 문해력에 악영향을 끼치는 행동들을 소개해줬는데 아마 현역 군인이라면 모두 해당하는 내용일 것이다. 종이책 대신 전자책 읽기, 긴 글 대신 세줄요약 읽기, 유튜브 알고리즘에 몸을 맡기기 등 요즘 10~20대한테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심지어 세대가 지날수록 문해력이 떨어지는 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문해력은 동물이 아닌 인간이 되기 위해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능력이다. 단순히 보고서, 자소서, 독후감 등 글 쓸 일이 많아서 필요하다는 뜻이 아니다. 문해력은 사람이 이해하고, 생각하고, 비판적인 사고를 하기 위한 필수적인 능력이다. 남들의 생각만 따라 하는 동물 대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읽고, 생각하고, 쓰는 연습을 하며 문해력을 키워야 한다. 그러면 우리도 언젠가 전 세계에서 알아주는 거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